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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소식) [아너스 프로그램 수기] 고고미술사학과 이선빈

인문대학 2025-07-15l 조회수 39

청동기시대 마제석촉(磨製石鏃)의 계통발생 연구 (고고미술사학과 이선빈)

안녕하세요, 2024학년도 2학기 아너스 프로그램 수기를 작성하게 된 고고미술사학과 이선빈입니다. 저는 과거 사람들이 남긴 물질자료를 통해 당시의 인간과 사회를 이해한다는 고고학의 중요한 역할에 큰 매력을 느껴 고고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리고 고고학이 근대 학문으로서 성립하던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된 진화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윈의 진화이론에 의하면, 진화는 단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나무가 가지를 치는 방식과 같이 다양하게 분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진화는 의식적이거나 예측 가능한 것 역시 아니며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에, 저는 물질문화 역시 진화한다는 개념이 있을 수 있을지, 또는 최소한 진화적인 은유로 물질문화의 변동 양상을 이해해 볼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청동기시대 마제석촉(磨製石鏃)의 계통발생 연구(phylogenetic analysis)를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청동기시대 마제석촉의 변화는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달리, 단선적이거나 이원적이지 않았고, 생물체가 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가지를 치는 방식처럼 다양한 석촉 형식이 분화하고 공존하였습니다.


한국고고학계에서는 한 집단 내의 문화 변동을 다른 집단으로부터의 전파나 집단의 이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특히 한반도에서 새로운 물질문화가 등장하면, 기원지를 주로 중국에서 찾고, 그 원형과 멀어지는 방향으로 물질문화의 계통을 파악하였습니다. 기존의 청동기시대 마제석촉에 대한 연구에서는 경부(莖部)가 있는 석촉의 등장을 중국 동촉(銅鏃)의 영향으로 설명하기 위해 계통이라는 개념을 빌려왔습니다. 저의 연구는 그간의 전파론과 계통론을 검토하고, 청동기시대 마제석촉의 변화는 다양하면서도 서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시도였습니다.


비록 초보적이었으나 이러한 과정이 연구자로서 공부하는 것임을 깨닫고 뿌듯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진화를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가 다양하게 어우러진 모습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보편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인간을 이해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너스 프로그램의 연구(학업)지원금은 필요한 책과 논문을 구입하고 대여하며, 자료를 수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과 학우들과 제 의견을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순간이 정말 즐겁게 남아 있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발표와 토론을 함께 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회를 마련해주신 인문대학 교육지원센터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빌려 따뜻한 격려와 첨예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우리 학과의 교수님들, 선후배님들 그리고 동기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고고미술사학과 이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