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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소식) [아너스 프로그램 수기] 중어중문학과 배현서

인문대학 2025-07-15l 조회수 28
                                                   ‘两个结合’와 〈当马克思遇见孔夫子〉를 통해 살펴본 중국의 공자 인식 양상 연구

인문학의 위기, 제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때인 몇 년 전부터도 아주 많이 접할 수 있었던 단어입니다. 인문학이 무엇에 쓸모가 있냐 묻는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는 저 또한 그것에 일조하는 듯합니다. 어떤 동양고전 관련 책에서 〈논어〉 관련 이야기를 해주시던 교수님께서는 인문학을, 멈춰있고 느린 학문, 심지어는 속도를 제어해주기까지 하는 학문 정도로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합니다. 발전의 과정에서 분명히 도태되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만, 그 교수님께선 그런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고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점을 지적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人文學)은 人과 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결국 文은 人으로부터 나오고, 이 분야를 접해 왔던 모든 사람들과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와, 그리고 이 글을 지금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모두 人이라는 점은 수천만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문학이 도태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며, 동시에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것이,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코 넘을 수 없는, 인간과의 경계선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중어중문학과 전공 수업에서 문학, 특히 고전문학 수업을 좋아했습니다. 현대문학에 비해서 더욱 정제되어 있고 덜 역동적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석할 여지가 넓어짐에 따라 글자 하나하나가 가진 농도가 더욱 진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가, 산문 등의 분야를 막론하고, 고전이라고 불리는 명작들은 학과 선생님들의 감각을 거쳐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양한 강의들을 통해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언어가 주는 압도감을 수없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느꼈던 바로 그 하나의 글자를 해석하기 위해 수만, 수십만 글자로 된 자료를 찾아야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쉽지만 저의 어휘력으로는 강의실에서 느꼈던, 마치 생각의 차원이 넓어졌던 듯한 감각을 차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그렇게 고전 쪽에 흥미를 느꼈던 저는 자연스럽게 고전과 관련된 졸업논문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자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글들을 공부하시던 지도교수님께서는, 최고(最古)와 최신(最新)의 중국을 함께 다뤄보는 것을 제안해주셨습니다.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2,500여 년 전의 인물인 공자와 그로부터 약 4,500여 년이 지난 최근 중국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한 나름의 연구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느끼기에 이 졸업논문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경험들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유가 경전을 많이 접한 탓일까요, 모든 공부는 내 안에서부터 나온다는 생각이 제 스스로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유의미한 결과가 아닐지라도 제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히 무언가 하나쯤은 배웠다는 뜻일 테니까요.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스로가 느끼는 성장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 제가 전공 강의를 들으며 느끼고 간직했던 하나의 가치관이었습니다. 이것이 인문학이 다른 여러 학문들과 구별되는 하나의 특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다른 많은 분야들은 인간 바깥의 대상을 연구하며, 유일하게 정해진 답을 찾고는 합니다. 물론 그것이 해당 분야들의 장점이기도 합니다만, 넓은 의미에서 인문학은 오히려 유일하지 않을 수 있는 답들, 어쩌면 개개인에게 모두 다른 정답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이 스스로의 과제를 완수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인문 아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금전적 지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제가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문학 분야뿐이었지만, 타 학과 학부생들의 연구를 접한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논문 작성에 동기 부여 및 책임감 부여와 함께 학문 공유의 장을 만들어 준 아너스 프로그램에 대하여, 또 대학 생활 간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학과 선생님들 및 논문 지도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중어중문학과 배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