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행사) 시대와 함께 호흡한 2025 인문학 포럼
- 인문대학
- 2025-04-18 00:00 ~ 2025-05-23 00:00
- 인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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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격변의 시대다. 날마다 쏟아지는 속보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사회는 진동하고 공고하던 가치들은 도전받고 있다. 격변과 위기의 시대에 인문학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그 고민의 결실로, ‘인문학, 시대와 함께 호흡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인문학 포럼이 첫발을 뗐다.
지난 4월 18일(금)과 지난달 23일(금) 인문대 신양햑술정보관(4동) 302호에서 각각 ‘계엄의 세계사’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를 주제로 2025 인문학 포럼이 개최됐다. 올해 처음 개최된 인문학 포럼은 인문학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적극적으로 논제를 제시하고 논쟁을 조직하며 논의를 주도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문학 포럼을 기획한 장문석 교무부학장(역사학부 서양사학전공)은 “인문학은 사회현상을 근본적인 관점에서 통찰하며 창의적인 시각을 제시한다”라며 “인문학이 실천적인 공론장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사회 위기에서 인문학의 역할을 제시했다. 인문대 안지현 학장(영어영문학과)은 제1회 인문학 포럼을 여는 인사말에서 “서울대 인문대학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민주주의와 지성의 진보를 위한 중심에 서 있었다”라며 “인문학 포럼은 4.19혁명에서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학문의 공간을 넘어 시대를 고민하고 진실을 말하던 전통을 잇고자 한다”라고 포럼의 의의를 밝혔다.
제1회 포럼 ‘계엄의 세계사’에서는 김성엽 교수(역사학부 서양사학전공), 이은정 교수(역사학부 동양사학전공),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권혁은 선임연구원이 발표자로 나서고, 박구병 교수(아주대 사학과), 여운경 교수(아시아언어문명학부), 이동원 교수(역사학부 한국사학전공)가 포럼에 참여했다. 포럼 전반부에서 발표자들은 각각 △계엄과 제국통치: 영국 헌정주의의 확장과 ‘예외’ 상태의 초법적 국가폭력 확대 △왜 튀르키예에서는 쿠데타가 반복되는가: 케말리즘과 정치적 양극화 △왜 친위쿠데타는 늘 ‘계몽령’의 외피를 쓰는가: 1952년과 1972년을 다시 돌아보며를 주제로 15분씩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성엽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몇몇 교수들과 모여 계엄의 세계사적 의미롤 살펴보는 공부 모임에 참여했는데 그것이 인문학 포럼의 첫 주제로 이어져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을 검토하면서 현대국가의 통치성과 그 속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시각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포럼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발표에 뒤이어 이뤄진 토론은 다양한 학제 간 논의가 오가며 풍부한 통찰을 제공했다. 발표에서 논의된 영국, 튀르키예, 한국의 계엄과 쿠데타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자행된 국가폭력까지, 시대와 국가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청중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중들의 다양한 구성이 눈에 띄었다. 인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공자들도 각자의 관점에서 계엄의 세계사를 해석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튀르키예에서 온 한 참석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튀르키예의 현실 정치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문석 교무부학장은 “발표자와 토론자, 청중 사이의 소통에 비중을 두어 준비했다”라며 인문학 포럼이 기존의 학술행사와 다른 점을 강조했다.
한편 제1회 포럼의 열기를 이어받아 개최된 제2회 포럼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는 그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민주주의의 존재를 원점에서 낯설게 검토했다. 김민철 교수(성균관대 사학과)가 ‘20세기 이전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신동규 교수(국립창원대 사학과)가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기였다!: 왕정복고와 직접민주주의 사이의 혼란과 “진정한 민주주의”’를, 김세주 교수(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가 ‘우리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자: 20세기 중반 미국 보수주의의 흥기’를 주제로 연단에 섰다.
제2회 포럼의 토론은 인문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도 함께 시대와 호흡했다. 인문대 권윤경 교수(역사학부 서양사학전공), 김영욱 교수(불어불문학과)와 더불어 사회과학대학 아시아연구소 이승원 선임연구원도 자리에 함께해 정치학의 시각을 더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발표에서 논의된 대의제와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민주정 간의 불일치, 대의제에서 엘리트와 대중 간의 갈등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위태로웠던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국내에서는 비상계엄의 여파가, 국제적으로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계엄의 세계사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를 주제로 인문학 포럼이 개최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 객석을 가득 채운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서현 씨(협동과정 인지과학전공 석사과정)는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의 시국에서 적극적으로 거리에서 의견표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을 해소하고자 포럼에 참석했다”라며 “세계적,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쿠데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고 반복되는 역사를 타파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하는가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추후 있을 인문학 포럼에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인문학 포럼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정서현 씨는 “인문학 포럼의 토론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청중으로 자리한 한성일 교수(철학과)는 “시대와 호흡하는 인문학의 역할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잠시 멈춰 서서 역사적이고, 근본적이며, 실존적인 고민을 하도록 하고 당면 문제를 함께 극복할 출구를 찾도록 인도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인문학 포럼이 추후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다루며 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장문석 교무부학장도 “향후 청중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 파격적이고 참신한 형식을 도입하겠다”라며 인문학 포럼의 발전 방향을 이야기했다.
첫 두 차례의 포럼을 성황리에 마친 인문학 포럼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다’라는 슬로건을 유지하면서 향후 정례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2학기에는 두 번의 인문학 포럼이 예정돼있다. 장문석 교무부학장은 “2학기에 진행될 제3회, 제4회 포럼은 제1회, 제2회 포럼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영역의 학문을 다룰 예정이다”라면서 “인문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이나 법학 등 다른 학문과 접촉을 통해 학문적인 다양성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문학 포럼이 또 하나의 인문대 학술 행사 전통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인문대 구성원의 많은 관심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