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인문학의 전당

1.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과 동숭동 문리과대학 시절

서울대학교는 미군정 당시 조선교육심의회가 제안한 국립종합대학안이 확정, 추진되면서 1946년 8월 22일 국립 서울대학교로 출범하였다.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에 자리잡고 있던 문리과대학은 일본 식민지 시절 설립되었던 경성대학 법문학부의 문과 계통과 이공학부의 이과 계통을 통합한 기초학문 연구단위였다.
설립 초기부터 인문학과 기초자연과학 연구 및 우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았던 문리과대학은 근대적 대학교육제도의 확립과 발전을 선도하였다. 1950년대와 60년대 한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요람으로 성장, 발전하였다.

2. 1970년대 : 관악캠퍼스 이전과 인문대학

국립 서울대학교의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학제 개편의 요구가 생겨나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대학교의 재편이 시도되었다.
1968년부터 시작된 서울대학교 종합 10개년 계획에 의해, 문학부와 이학부로 나뉘어있던 문리과대학은 1975년 2월 현재의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으로 재편되었다. 새로이 발족된 인문대학은 문리과대학 문학부에 속해있던 국어국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 언어학과, 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철학과 및 고고인류학과에서 분리된 고고학과로 구성되었다. 이와 함께 동숭동 캠퍼스 시절의 교양학부를 각 단과대학으로 통합하여 교육역량과 연구역량을 고루 갖춘 우수 교원들을 다수 충원하였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수한 연구 인력들이 각 학과에 자리잡은 결과, 인문대학은 국학연구뿐 아니라 철학과 미학, 외국어문학 등 인문학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연구주제를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인력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3. 1980년대 : 인문학 연구의 요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문대학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5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사회의 성장에 발맞춰 인문학 연구역량 강화에 대한 요청이 점점 증대되었다. 또한 외국 유수의 대학과 활발한 교류가 전 연구 영역에 걸쳐 진행되면서 이미 개설되어 있던 학과 이외의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인문대학에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연구 체계를 갖추기 위해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는 등 전반적으로 학과를 개편하였다.

1981년에는 고고학과를 고고미술사학과로 개편하였고 1984년에는 노어노문학과와 서어서문학과를 신설하였다. 또한 1985년에 철학과를 철학과, 미학과, 종교학과로 확대 개편하여 명실상부한 인문학 연구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토대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기존 학과들 역시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고 신진 연구 인력의 교육과 훈련을 위한 교원 충원 및 교과과정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결과 인문대학은 국내를 넘어서 세계 유수의 인문학 연구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수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과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4. 1990년대 : 학문 연구 역량의 확대와 국제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인문대학은 기존의 학과중심체제가 가지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협동과정 및 연합전공 과정을 개설하였다. 학과중심체제로 진행되어 온 기존의 인문학 연구 체계로는 급속한 사회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모색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사회에 한정된 연구 범위와 연구 주제의 한계를 벗어나 인문학의 국제화를 꾀함으로써 우리 인문학이 세계적 보편성을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토대를 마련한 것도 다양한 학제 간 연구 체계를 마련한 이유다.
대학원과정에는 협동과정(서양고전학전공(1989년), 인지과학전공(1994년), 비교문학전공(1997년), 기록관리학전공(2001년), 공연예술학전공(2002년))을 학사과정에는 연합전공(한국학전공(2001년))을 개설하였다. 이와 함께 인문대학은 다양한 분과학문의 통합과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고, 해외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여 국내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함으로써 한국학 및 인문학 전반의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을 구축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는 15개 학과와 대학원 협동과정 5개가 개설되어 있다. 연구면에서는 2001년에 인문학연구소를 인문학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하여, 현재 인문학연구원 산하에 16개의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인문학의 분과학문 연구를 촉진하는 한편, 제 분과학문 간의 유기적인 연계 및 협동을 통한 연구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결과 학과 단위의 깊이 있는 연구 성과를 인접 연구단위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탁월한 연구 성과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인문학연구원은 2007년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하는 인문한국(HK) 사업의 지원 대상기관으로 선정되어 ‘문명 연구’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5. 미래를 향하여

문리과대학 시절부터 인문대학은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풍토를 일구어왔다. 민족의 훌륭한 문화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재해석하면서 인류 보편의 가치를 탐구하는 인문학 본연의 모습은 문리과대학부터 인문대학까지 이어지는 소중한 전통이다. 이러한 전통의 가치는 사회가 급변하는 속에서도 수많은 인재들이 인문대학을 거치며 진리탐구와 인재양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한국사회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도자로 성장해가는 것을 통해서 충분히 증명되어 왔다.
이제 새로운 새기를 맞이하여 인문대학은 그 시선을 우리 안에서 밖으로 넓히는 과제를 최우선의 발전 방향으로 잡고 충실히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인문학이 마땅히 지녀야 할 자신에 대한 성찰과 진리 탐구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성실한 연구 자세를 통해 학문적 성과를 전통으로 쌓아 나가고, 오랜 문화 전통과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인문학 연구를 펼쳐나갈 수 있는 인적, 물적 토대를 착실히 다져나가고 있다. 인문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은 모든 학문의 출발이자 귀결점이 되어야 마땅할 인문학이 인문대학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통해 찬란히 꽃필 수 있도록 애써 온 이제까지의 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앞으로도 훌륭한 선학들의 발자취를 이어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