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너스 프로그램 수기] 국사학과 김서윤
국사학과 김서윤
명말청초 조선 사신연(使臣宴)의 실제 양상 비교 -1634년 명사(明使) 영접과 1643년 청사(淸使) 영접을 중심으로-
역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재미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에게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의 이야기가 가득한 역사책은 아주 잘 짜여진 소설과 같이 ‘흥미로운 읽을거리’였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은 땅에 발을 디디고 삶을 만들어갔던 사람들이 아니라 상상의 나라에 둥둥 떠다니는, 처음부터 서사가 정해진 캐릭터쯤으로 보였던 듯합니다
막상 공부해보니 역사는 희희낙락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학문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즐겁게만 읽어 내려갔던 역사 서술의 한줄 한줄을 의심하고 증명해야 했으며, 역사 속 인물들이 딛고 사는 세계를 구상해내기 위해 갖은 사료를 숙독해야 했습니다. 역사 지식의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학부생의 시간 동안 역사에 관한 저의 인식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졸업논문은 이러한 깨달음을 한 편의 글로 구현해 볼 수 있는 값진 기회였습니다. 저의 졸업논문 주제는 ‘명말청초 조선과 명, 조선과 청의 외교 양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병자호란 이전 명나라 사신 영접(1634)에서 사신연의 일정과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 사신 영접 (1643)에서 사신연의 일정을 비교하고, 각 영접 사례별로 사신연의 설행과 생략의 맥락을 탐구하여 조명, 조청의 외교적 역학관계를 읽어내었습니다.
사료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영접도감연향색의궤》 등 다양하게 참조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연회의 일정이 변경되었음에도 그 사유를 명확하게 기록해놓지 않은 경우가 간혹 있어 불가피하게 추론에 의존한 부분도 있습니다. 추론에 의한 서술을 할 때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 논문을 지도해주신 김경숙 교수님과 국사학과 학우들께 조언을 구하며 논리를 완성해나갔습니다. 학문적인 교류를 체험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졸업논문을 완성하며 저는 여전히 역사를 재미있어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흥미롭거나 낯설거나 놀라운 역사적 내러티브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오는 흥미가 아니라, 그것들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비로소 맥락을 이해하게 될 때의 희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저와 유리된 세계관 속의 완결된 역사를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과거의 현실로서 바라봅니다. 학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제가 공부해 온 것을 종합하며 재미는 물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졸업논문이 완성되기까지 비단 저 혼자만의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너스 프로그램의 지원 덕분에 필요한 자료를 마음껏 구해 볼 수 있었고, 이미 언급했다시피 논문 지도교수님과 학우들의 도움으로 저의 글은 합리적인 논지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재미와 의미를 잃지 않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글을 맺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