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단] [교수논단] 8년을 이어온 집담회
8년을 이어 온 논어 집담회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2017년 봄 오후 3시경쯤었던 듯 하다. 5동 4층 베란다에 앉아있었을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 중문과 이강재입니다. 인문대 교수 몇 분이 함께 『논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혹 함께….”
아직 조교수였던 터라 어색한 분들과의 새로운 모임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전화를 받고 있던 순간은 피하려는 마음이 살짝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연륜에서 인문대 선배 교수님의 제안을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저를 불러 주셔서 감사하고, 참여하게 되어 영광…”
이렇게 현재까지 8년간 지속되어 온 논어 모임이 시작되었다.
공부할 수 있다는 학문적 동기보다 개인적으로 진심을 다해 이 모임에 감사하는 바는 그저 함께할 수 있는 인문대 동료교수님들을 상당히 빈번하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만족감이었다. 전직 대학에서 많은 타과 교수님들과 친목을 굳건히 다져온 나로서는 인문대로 이직한 지 2년이 지난 당시 시점에도 인문대의 뭐랄까~격식에 갇혀 있는 듯한 분위기에 전직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끊이질 않았던 참이었다.
이 모임의 구성은 말 그대로 동양학 관련 대다수 학과 교수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국문과 황선엽, 중문과 이강재, 동양사학과 김병준, 철학과 정원재, 종교학과 이연승 이렇게 5분과 또 다른 한 분, 그리고 나 이렇게 총 7명이 모였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는 그 또다른 한 분의 자리에 자율전공학부 양일모 선생님께서 참여하고 계신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에서 『논어』(論語) 20장 중 정확히 중간의 시작인 11장「선진」(先進)편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천천히. 분발한 날은 하루 3시간 모임에 2 구절을 나가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 겨우 하나의 구절, 어떤 때는 한 글자의 해석을 놓고 기나긴 이야기와 토론이 이어졌다. 누구도 크게 서두르지 않았다. 나 개인의 성격도 변해가는 느낌이었다.
공부 모임 이후에는 상당히 활기찬 뒷풀이가 이어졌다. 적어도 4타수 3안타 꼴로 뒷풀이가 있었고, 이 중 다시 4타수 3안타 꼴로 뒷풀이 이어달리기가 있었다. 여기에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막내교수였던 본인으로서는 한 가지 좋으면서도 불편한 면이 있었다. 사실은 선배교수님들의 큰 희생, 특히 어떤 선생님의 흔쾌한 지원이 이 모임을 세미나실에서뿐만 아니라 낙성대에서도 이어지게 하는 힘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2018년 2학기의 인문대자체지원 연구집담회 지원 사업이 크나큰 도움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본 논어 모임은 중간 코로나 시기에 잠시 지원이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고 매학기 연구집담회 지원 사업에 신청하며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지원이 중단되기 전에는 “분과학문에서 종합적 인문학으로- 융합적 『논어』(論語) 읽기”라는 제목으로, 2023년 지원이 재개된 이후로도 연구집담회 지원 하에 유사한 제목으로 『논어』를 계속 천천히 읽고 있다.
그 덕분으로 2019년 봄에는 ‘고전으로 읽는 인문학’ 교양수업을 전원이 참여하여 진행하였고, 코로나 이후에는 본부 연구처에서 지원하는 미래기초학문분야 기반조성사업 중 <공동저술 지원 >에 2022년 중반부터 2024년 중반까지 2년 동안 “역대 주석의 집대성을 통한 『論語』 해석의 새로운 시도: 「先進」 편의 한중일 및 영미권의 주석을 참고하여”라는 공동연구를 수행하였고, 바로 이어서 2024년 중반부터는 새로이 「顔淵」 편을 중심으로 1년 기간의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또한 참여자 중 일부는 <베리타스> 신규강좌를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세 차례의 공자님 유적 단체 답사를 다녀왔고 다시 이번 겨울 새로운 단체 답사를 준비 중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학과 소속의 7명이 모여 8년 간의 시간 동안 화목하게 함께 연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서로 간에 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동양학에 대한 적지 않은 위기감과 이에 따른 소명의식이라고 추측된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 일반적으로 무리없이 지속하기 쉽지 않은 공동연구를 편안하게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2018년 신설되어 이어져온 <인문대자체지원 연구집담회 지원 사업>의 재정적 도움이 무엇보다도 크게 작용하였다. 다른 집담회 사업이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본인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의심없이 믿는 바는 연구집담회 지원 사업이 유지되는 한 논어 모임은 대를 이어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아울러, 다른 인문대 연구자 교수님들 또한 개인의 연구실을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