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구동정] 시(詩)가 문화적 기억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 로마 시문학을 중심으로
[연구동정] 시(詩)가 문화적 기억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 로마 시문학을 중심으로
차종호 손장순 문학연구기금 인문학 펠로우
저의 전공은 서양고전학이며, 주된 연구 분야는 로마 공화정 말기에서 아우구스투스 시대까지의 시문학입니다. 특히 제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이 시기의 시문학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주제인 시간성과 문화적 기억,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저는 특정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인으로서 인문학 분야 전반에 걸쳐 여전히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인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에 주목하여, 기억과 전통에 부단한 관심을 기울였던 고대 로마 시대에 창작된 문학을 문화적 기억의 구성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맥락과 관련지어 해석을 시도하려 합니다.
공화정 말기에서 아우구스투스가 통치권을 차지하기까지에 이르는 시기는 권력투쟁으로 인한 내부의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제국의 범위가 지중해 전역으로 팽창하게 된 시기로 특징지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로마는 자신이 복속한 지역들에서 유입된 다양한 이방의 문화와 관련을 맺게 되는데, 이러한 개방성은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가능하게 하지만, 또한 동시에 로마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붕괴된 로마의 전통의 회복을 강조하면서도, 전통의 회복이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문화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 창조적 활동을 통해 다양성을 포괄하는 새로운 일체성을 부여하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로마의 집단적 기억과 정체성의 재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인들의 창작 활동은 당대의 지식인, 정치가, 건축가들의 활동과 긴밀하게 관련을 맺으면서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기억의 구성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됩니다.
저는 앞서 박사논문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시문학을 이해하는 주요한 주제가 되고 있음을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시인의 작품, 베르길리우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