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임소회] 철학과 이우람 교수
[부임소회] 철학과 이우람 교수
안녕하세요. 2022년 2학기 인문대학 철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이우람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 및 석사를 졸업한 후, 미국 서던 캘리포니
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박사과정에 진학해, 2018년 정합성(coherence)으로서의 합리성 개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 1학기까지는 독일 뒤스부르크-에센 대학교(Universität Duisburg-Essen)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10년에 가까운 해외 생활을 마
치고, 학생 시절 존경하던 선생님들의 환영을 받으며 다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일원으로 돌아오게 되어 감회가 무척 새롭습니다.
특별한 계획이나 방향성 없이 그저 끌리는 대로 문학작품이나 철학책을 읽던 저를 연구자의 길로 이끌어 준 질문은, ‘가치라는 것이 인간의 욕구나 판단과 독립적
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투영하여 창조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인간 역시 물질로 이루어지고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존재자라는 점에서는 나무나 돌과 다를 바가 없는데, 나무나 돌과 달리 복잡다단한 가치판단을 통해 도덕적 가치, 규범, 의무들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점이 너무나도 흥미로웠습니다. 도덕적 규범들이 갖는 지위와 본성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규범들 일반의 본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끌리게 되습니다. 누군가의 합리성과 비합리성에 대한 평가는 도덕적인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인간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믿음, 선택, 감정 등에 적용되는 합리성의 규범들이 무엇인지, 이 규범들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그리고 합리성의 규범들과 도덕 규범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합리성’은 비단 인문 사회과학 연구자들만 쓰는 용어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인 만큼 그 의미의 층위가 다양합니다. 따라서 ‘합리성’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올바르게 분석하는 것이 인식론과 윤리학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합리성 개념을 사용하는 인접학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념적 혼동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합리성과 그 관련 개념들에 대해 좋은 연구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제 연구가 인접
학문에, 나아가 사회 일반에 지닐 수 있는 의의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열정적인 눈빛을 보면서, 제가 교수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전문적으로 철학을 연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철학적 사고의 핵심인 엄밀성과 독창성을 기르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실제로 서울대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철학은 물론 철학적 사고 자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대학 밖에서는 깊이 논의하기 어려울 주제들에 대해 치밀하게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정립해볼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