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언론보도] 2021 신한국인문학 워크숍 기사 (대학신문)
"새로운 인문학을 꿈꾸다, 신(新)한국인문학"
학술행사 | 인문대 신한국인문학 워크숍, K-학술의 가능성을 논하다
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동서고금의 사상과 전통을 융합한 새로운 문화의 ‘용광로’로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인문대는 전통적 의미의 국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국학에 대한 열린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7월 16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신한국인문학을 위한 인문대학 미래기초워크숍’(신한국인문학 워크숍)을 개최했다. 인문대를 포함한 여러 단과대 교수진이 참여한 이번 워크숍에서는 6개의 세미나 팀이 팀별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한국인문학이란 무엇인가=신한국인문학 워크숍은 기존 인문학 분야에 따른 개별 연구를 넘어 인문학 연구의 학제 융합 및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1차 워크숍과는 달리, 올해 2차 워크숍에서는 서울대 전체 구성원에게 세미나를 공개하고 논의를 확장했다. ‘신한국인문학’은 인문대 이석재 학장(철학과)이 새롭게 제시한 용어로, 국문학, 한국사, 한국철학 등으로 좁게 정의됐던 한국학의 범위를 확장해 보다 포괄적으로 한국 인문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틀이다. “경제 성장에 몰두해온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의 측면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라고 설명한 이석재 학장은 ‘기존의 인문학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지적이고 주관적인 분석에서 벗어나 우리 안에 녹아있는 사상적·문화적 전통의 다양한 흐름을 어떻게 소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이를 위해 ‘비교학적 관점’을 갖춰 ‘세계 인문학’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대학원 박태균 원장(국제학과)은 과거에 대한 성찰에 기반해 세계가 요구하는 분야에서 한국학의 발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최근 한국학 연구의 영역이 인문학에서 사회과학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학제적·비교학적 연구가 많이 나타난다”라며 “교육과 연구 역량을 높이고 세계 학자들과 소통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석재 학장 역시 △보편성 △고유성 △참여 △연결을 신한국인문학의 핵심 테제로 꼽았다. 이 학장은 “신한국인문학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 국가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연결돼 인문학에 접근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한국인문학의 가능성을 열다=지난달 30일 열린 최종발표회에서는 △인류의 말과 글 △경계인의 초상-소수자 내러티브 △계몽주의와 반계몽주의 등의 주제에 대해 6개 팀이 각자의 문제의식과 발전 방향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 지난 학기에 신설된 세미나 팀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는 ‘한국의 식민주의 경험과 그 유산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탐구했다. 국사학과, 불어불문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모여 제국주의 유산(遺産)에 의해 정의되는 사회에서 저항이 나타나는 형태, 그리고 이 유산이 탈식민화 이후의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두 갈래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팀장 권윤경 교수(서양사학과)는 “공식적인 식민 지배가 종식된 후에도 대부분 나라에서 진정한 탈식민화라는 과제가 달성되지 못한 채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라며 “각자 연구하는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가 공유하는 문제와 더불어 각 사례의 특수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라며 비교사적 접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새로운 한국학 연구 방법론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도 나왔다. ‘아방가르드와 예술’ 세미나 팀장 박상우 교수(미학과)는 “기존 예술을 전복하고 새로운 예술 언어를 창출하며, 예술이 예술 제도 안에 머물지 않고 대중의 실제적 삶에 침투해야 한다는 아방가르드의 정신은 신한국인문학의 학문적 취지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라고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서양화과 등 다양한 학과 교수진이 참석한 이 세미나는 일본과 한국의 아방가르드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동시대 예술의 진부화·상업화 경향을 극복하고자 하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박 교수는 “서양의 방법론을 한국 사례에 폭력적으로 적용해왔던 기존의 학문적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학의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앞으로의 신한국인문학은 어디로?=신한국인문학 2차 워크숍은 종료됐지만, 신한국인문학을 위한 논의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석재 학장은 “다음 학기 초 국제 학술대회를 통해 신한국인문학을 해외 학계에 소개하고, 한국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해외 학자를 모셔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 학장은 “만약 한국학 부전공을 학부 수준에서 만든다면 어떤 형태로, 어떤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을지 탐색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국인문학 3차 워크숍 계획도 논의 중이다. 3차 워크숍에서는 이번 워크숍에서 다뤄진 주제 외의 새로운 팀을 공모하고 논의를 심화하고자 하는 기존 팀 역시 유지해 연구를 심화해 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시대, 변화하는 인간의 삶을 통찰하는 인문학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존 연구에 대한 자기반성과 통찰에 기반해 분과 학문을 넘나들며 세계를 선도할 후속 학문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연 ‘신한국인문학’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신다솜 사회문화부장 ektha80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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