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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로운 문학 연구, 디지털 인문학" - 학생 인터뷰(서어서문학과 석사 이영주)

2017-03-13l 조회수 5299

 

인터뷰 진행 : 박선희 (서어서문학과 석사과정), 이정연 (협동과정 비교문학 석사 수료)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서어서문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영주라고 합니다. 현재의 세부전공은 스페인 현대문학이고, 앞으로는 페미니즘이나 젠더스터디, 그리고 디지털인문학을 위주로 연구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2. 디지털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요?

- 지금까지의 문학 연구는 주로 책이나 활자로 된 텍스트를 그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우리가 주로 접하는 매체가 변화했기 때문에, 인문학도 그에 따라 변화하겠죠. 제 나름대로 정의해보자면, 디지털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와 디지털화된 텍스트, 예를 들면 동영상과 같은 텍스트는 그 구성 방법이나 논리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소설 분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3.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는 광역으로 인문학부에 입학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수업을 들어본 뒤 전공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영문과나 중문과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를 따라 들었던 서문과 수업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고 제 성향과 잘 맞다고 생각이 들어 서어서문학과로 전공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에는 히스패닉 세계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지적으로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어서문학과의 과정은 크게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 두 지역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라틴아메리카에 가본 적이 없어서 스페인에 관심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또 스페인 문학 내에서도 중세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가장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제가 현재 위치해 있는 현대이기 때문에 스페인 현대문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4. 스페인어권에서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 제 세부 전공이 현대문학이긴 하지만, 일단 가장 먼저 세르반테스를 좋아합니다. 전율주의로 유명한 카밀로 호세 셀라도 좋아해요. 그리고 지금 논문을 쓰고 있는 작가는 에스떼르 투스켓인데요, 아직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은 없지만, 대표작으로는 『사랑은 외로운 유희 El amor es un juego solitario』, 『여름 바다 El mismo mar de todos los veranos』 등이 있습니다.
 
 

5. 언어를 공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는 스페인어를 잘 하지 못했고, 문법 위주의 공부만 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 되도록 한국 사람과 만나는 것을 피하고 스페인어만 쓰는 몰입환경에 내던져졌더니 소위 말해 입이 트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새로운 외국어를 습득할 때는, 먼저 문법과 어휘에 대한 기초를 쌓아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서어서문학과에서 진행 중인 BK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서어서문학과의 BK 사업팀명은 ‘세계적 기준의 이베리아 및 라틴아메리카 연구 및 교육 시스템 혁신’인데요, 이베리아와 라틴아메리카라는 명칭을 통해서 포르투갈과 브라질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어서문학과라는 명칭 때문에 그 범위가 스페인어권에 한정되어 있는데, 이제는 언어학적 구분이 아니라 지역적 구분을 통해 연구 대상에 포르투갈과 브라질을 포함할 수 있도록 발전하려는 것이죠.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전통적인 어문학 연구에서 벗어나 여러 학문 분야를 함께 연구하는 학제적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은 포르투갈어 수업과 브라질에 관련된 수업을 점점 늘려가고 있고, 목표는 2019년까지 전공 내에 포르투갈어 트랙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학과가 좀 더 국제화되도록 원어 수업의 비중과 외국인 교원의 수를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BK 참여대학원생으로 속해 있을 당시 연구 외에 제가 맡았던 업무는 보고서 작성과 성과 자료들을 취합하는 서류 작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회계는 다른 학생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네요. 연구실적과 관련해서는 매년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거나 학회에 참가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습니다. 저는 논문 게재는 하지 않았고 해외에서 열린 학회에 참여했습니다. 이 때 해외 학회에 참여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논문 게재료를 BK에서 지원 해주기 때문에, 이 혜택을 잘 이용하면 미래에 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대학원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도 GSI를 비롯한 다른 장학금에 비하면 액수가 큰 편이라, 무엇보다 대학원생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늘어나는 것이 BK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7. BK 사업의 개선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 현재 서어서문학과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운영계획은 잘 짜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BK 사업의 목표가 창의적인 석·박사를 양성하는 것인데,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계 문제를 생각하지 말아야 하거든요. BK 장학금이 다른 장학금에 비하면 금액이 넉넉한 편이고, 장학금을 지원받으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BK 참여 대학원생들을 전일제 연구원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좀 박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제대로된 석·박사 양성을 목표로 한다면, 대학원생들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에는 불충분한 금액이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8. 해외 학회에 참여한 경험을 자세히 들려주세요.

- 재학 중 해외에서 열린 학회에 참여한 적은 총 두 번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두 번째 학기였던 2015년 1학기에 미국의 퍼듀 대학교 서문과와 서울대학교 서문과가 공동으로 개최한 학회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발표자의 비율은 서울대 학생들과 교수님들, 퍼듀대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거의 반반이었는데, 그 외에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국 학생들도 몇몇 참여했습니다. 사실 현재 서문학계의 연구 동향이 대부분 미국에서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문의 선도주자의 위치에 있는 미국을 방문해본 것 자체가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또한 내가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는 것을 듣는 것도 공부를 계속해나가는 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퍼듀 대학교의 수업을 청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세르반테스에 관한 유명한 논문을 쓰신 서문학계의 저명한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는데요, 오히려 그 수업을 들으며 수업의 질이나 학생들의 수준에서 비교할 때, 서울대의 교육이 세계적 기준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미국인이 별로 없었고 한국, 브라질, 칠레, 멕시코, 아르메니아 등의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학원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은 미국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은 대부분이 미국인이었는데, 모두 스페인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또한 학회와 수업 모두 스페인어로 진행되었습니다.
2016년 2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시아 히스패니스트(서어서문학자) 학회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아시아 출신의 학자가 서어서문학을 연구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좀 특이하고, 엉뚱하죠. 그런데 학회에 참여해서 가장 먼저 놀랐던 건 다들 원어민 못지않게 스페인어가 너무 유창하다는 점이었어요. 방콕에서 가장 명문대라고 여겨지는 출라롱콘 대학교에서 학회가 진행되었고, 그 학교의 서문과 학부생들이 학회 진행을 보조했는데, 그 곳에서는 수업의 대부분이 스페인어로 이루어져서 학부생들의 스페인어 실력도 아주 뛰어났어요. 또 놀랐던 건 요즘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스페인어를 많이 배우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어민 선생님들이 중국에 가 있는데, 아시아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많은 원어민 학자들이 역으로 자신들의 관점에서 상대 나라의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학회에도 중국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는 스페인 출신 학자들이 많이 참가했는데, 아시아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권을 배우는 과정에서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와 같은 교육학적 주제의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9. 본인은 어떤 주제로 학회에서 발표를 했었나요?

- 지금 논문은 스페인 현대문학으로 쓰고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들은 모두 남미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퍼듀 학회에 갔을 때는 우루과이 출신의 작가인 오네띠의 단편을 가지고 분석한 글을 발표했는데, 아무래도 첫 학기를 갓 마치고 참가했던 학회라 다들 귀엽게 봐줬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 태국 학회에 참여했을 때는, 아까도 디지털 인문학에 관한 얘기를 했었지만, 저는 활자로 된 텍스트나 소설에만 관심이 있던 게 아니라서 그래피티를 대상으로 한 분석을 발표했어요. 멕시코의 오아하카 지방에서는 매년 교원 노동조합이 교육 예산의 확충이나 교사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시위를 주최하는데요, 매년 연례행사처럼 열리던 이 시위를 주지사가 폭압적으로 탄압하는 바람에 2006년 시위에서는 교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이 시위에 참여해서 시위의 규모가 확대되어 몇 달 동안 지속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때 오아하카의 예술가들 또한 시위에 가세해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그래피티로 온 도시를 뒤덮었는데, 그 중에서도 성모마리아를 전사처럼 변형시켜놓은 그래피티가 가장 유명해졌습니다. 제 발표는 발터 벤야민의 초현실주의에 관한 이론을 통해서 그 그래피티의 정치적 포텐셜을 분석한 것이었는데요, 저의 발표를 들은 태국 교수님들은 전통적 연구를 주로 하시는지 소설이 아닌 그래피티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걸 되게 신기해 하셨어요.
 
 

10. 아까 활자가 아닌 다른 매체로 된 텍스트를 분석할 때는 기존의 문학연구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고 하셨는데, 전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야할 때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요?

- 그래피티나 영상 매체로 된 텍스트는 문자로 된 텍스트와는 문법부터 다르고, 또 전혀 다른 용어를 쓰기 때문에 공부가 끝이 없다는 생각에 가끔 막막함을 느끼긴 합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이은정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 대단한 것을 해내려고 욕심내지 말고 커다란 학문 세계에 아주 조그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가지라고 하셨거든요. 그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대학원생은 자영업자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일요일에도 혹시 손님이 올까봐 가게를 열어놓는 사장님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셔터를 닫아야할 때는 닫고, 쉬어야 할 때는 쉬어야 해요.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나중에 교육자가 되어서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후속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새로운 걸 창조해내야 한다는 데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11.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 계속 공부를 해서 연구자와 교육자가 될 생각이고, 장학금과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했을 때 미국이 가장 괜찮은 곳이라 생각해서 박사 유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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