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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학생 기고문] 코로나 시대: 대학원생의 이야기 - 유학생 왕상

2020-11-27l 조회수 2366


인지과학 협동과정 중국인 유학생 왕상
코로나 시대
: 대학원생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인지과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왕상입니다. 2010년부터 서울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5년 동안 한국기업에서 일하다가 2018년에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 왜 대학원을 다시 진학했는가
?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더 중요하고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이유와 목표가 다를 텐데 저는 그것들을 찾아낸 순간부터 공부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2013년 심리학 석사를 졸업하고 한 교육 회사의 제안을 받고 중국 신사업을 담당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온라인 MBA를 공부하면서 5년 동안 사내 창업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참 많은 경험을 했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정말 내 ()’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현업에 있는 서비스와 어떻게 잘 융합할 수 있을지, 인간의 지혜를 어떻게 인공지능에 담을지, 수많은 질문들이 생겼습니다. 머리 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실제 기획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에 대한 구상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풍부한 지식을 얻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 인지과학 협동과정 박사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듯이 모든 공부를 다 소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 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생태계를 볼 수 있는 전체론적인 시야를 키우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목표 모두에 인문학은 자리해야만 했습니다.


2. 인문대 인지과학 협동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

테크놀로지만으로 인공 지능이 가능할까요? 알고리즘만으로 소통과 변화가 가능할까요? 숫자와 경영만으로 사업이 가능할까요?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반대의 질문도 가능할 것입니다. 철학만으로 인공 지능이 기능할까요? 이렇게요. 인지과학 협동과정은 인문학과 과학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 둘을 분리하여 사고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인류학, 철학, 종교학, 사회학, 심리학 안에 과학과 테크놀로지가 같이 있다고 생각하고자 노력합니다.

또한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발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창조성은 진공상태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배움, 경험, 만남, 전례(前例)가 창조의 씨앗입니다. 어떤 이념과 윤리를 적용하는지에 따라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올 가치가 다를 것입니다. 저는 인문학의 지혜를 얻어 좋은 사업을 만들고 싶고,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사업에 필요한 공부, 그리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공부를 지속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공부와 일,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두 가지 단어가 바로 융합창조입니다.


3.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초 중국에 계신 어머니가 큰 병에 걸렸습니다. 저는 중국으로 가서 자가격리를 한 후, 어렵게 어머니를 뵙고 간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전환한 수업을 듣고 병원에서 밤을 새며 공부했습니다. 만일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저는 오히려 휴학을 하거나 학업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역시, 코로나 시대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 때도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적인 명상과 성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수행할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경은 무조건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잘 대처하면 오히려 저를 키우고 저에게 더 큰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고난이 저를 성장시킵니다. 바쁘고 힘든 일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서 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목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지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구도 아닌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놀이터의 장애물 앞에서 즐거워하는 아이처럼 살고자 합니다. 저는, 아이 같은 호기심을 갖고, 조금씩, 그러나 끝없는 노력을 통해 서적들을 더 많이 읽고, 역사와 전례, 경험에서 배우며 더 나은 제 자신을 만나는 일이 매일 설레고 즐겁습니다.


* 제51호 인문대 소식지 '유학생 기고문'에 게재될 글을 위와 같이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