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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인수(서어서문학과) 학생 인터뷰

2018-04-02l 조회수 4762

    
 인터뷰 진행 : 최기섭(공연예술학 협동과정 박사 과정), 신철우(국어국문학과 석사 수료)

 

Q.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서어서문학과 12학번 신인수라고 합니다.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하고 있어요. 관악학생생활관 대표조교실에서 1년 정도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고 있고, ‘인액터스(Enactus)’라고 하는 경영대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Q. 전공을 서어서문학으로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 사실 저는 수학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는 통계학과를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본 수능이 너무 쉽게 출제가 되어 담임 선생님과 입시 전략을 논의하고 지원을 하다 보니 운이 좋게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문학을 전공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웃음) 저희는 2학년이 되어서 전공을 선택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인문대에 입학하게 되었던 터라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어요.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면 중문학과나 영문학과처럼 메이저한 학과를 선택하라고 은근히 말씀하시고는 했는데, 저는 두 학과 모두 그렇게 끌리는 편은 아니었어요. 전공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축구가 사소하지만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 팬으로서 스페인 리그 축구를 즐겨봤는데, 그러다보니 지도를 펼쳐놓고 마드리드가 어디에 있는지 지역도 찾아보게 되고, 구단별 경쟁 구도가 지리적인 역사와도 관계가 깊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 문화를 공부하게 되었죠. 그래서 스페인이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어요. 친구의 권유로 수강하게 된 스페인어 수업도 무척 재미있어서 전공으로 선택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중국어는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은 반면에 스페인어는 희소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죠. 그런데 스페인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스페인어를 잘하는 사람들 역시 정말 많았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에게 맨날 져서 지금은 축구도 잘 보지 않아요. (웃음)  

 

Q. 스페인 문학은 전공으로 공부하시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나요? 

- 맞아요. 원래 문학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 문학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 정도니까요.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좋아했어요. 특히 유시민이나 장하준 교수의 글을 즐겨 읽었어요. 문학엔 정말 손도 대지 않았죠. 대학교에 들어와서 전공으로 선택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스페인 소설, 중남미 문학을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작품을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읽다보니 특정 주제에 평소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문학의 방식으로, 메타포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 새롭게 와 닿았어요. 특정 주제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언급하는 비문학 장르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알게 되었고, 단순한 재미 이상의 어떤 희열까지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문학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이 바로 저인데,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면 저를 인문학도라고 소개해요. 공부를 할수록 더 큰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제가 문학에 대해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문학은 귀족들만, 혹은 소수만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학은 정말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장르와 주제의 문학과 만나게 되면 오히려 다른 대중예술보다도 더 큰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Q. 어떤 문학 장르를 좋아하시나요?

- 저는 장르보다는 특정 주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춘진 교수님 수업에서 스페인 소설을 다루었는데, 가톨릭 신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있어요. 보통 신부는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완벽한 성인처럼 보이기 마련인데다, 특히 스페인에서 신부는 신성한 권위가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찬양하는 대상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소설은 신부를 치명적인 결함과 나약함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해요. 신부가 선행을 하는 이유도 순수한 내면적 동기가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죠. 이렇게 인간의 나약한 면모, 인간의 근원적 한계를 철학적으로 고찰한 소설이 스페인 문학에 여럿 있어요. 이런 작품들이 저는 너무 좋아요. 특히 2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진로 고민을 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시기잖아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인간인지, 내가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었는데 이런 작품을 경험하게 되면서 나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은 본디 한계가 있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이런 깨달음이 오히려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학부 수업에서 문학 외에도 관심을 갖고 들었던 수업이 있었나요? 

- 1학년 때 친한 선배의 권유로(‘꿀강의’라는 조언을 듣고) 수강했던 마르크스 자본론 수업이 생각나네요. 저는 자본론이 뭔지도 몰랐어요. 자유론, 정의론 등과 같이 자본에 관한 어떤 이론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죠. 별 생각없이 첫 수업을 들었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 거예요. 교수님의 수업 소개에서도 비장함이 느껴졌고요.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이론이었어요. 자본주의를 마냥 이상적인 체제라고 받아들이고 어렸을 때부터 그것을 체화한 채 살아서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자본론은 자본주의가 태동하는 시기에 그것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이론이에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그동안 제가 몰랐던 것들을 배우게 되면서 노동이나 평등과 같은 개념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제 성격이 적극적인 편은 아니라 운동단체 같은 곳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온건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유시민이나 장하준 교수 같은 사람들의 글이 제 소극적인 성격에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 시기에 저는 예술 역시 사회참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고학년이 되면서, 특히 경영학 부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예컨대 주류경제학에서는 마르크스와는 반대되는 주장을 많이 해요. 마르크스의 주장이 통계학적,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꼭 옳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거죠. 그런데 마르크스의 이론만 공부한 사람이 자본주의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듯이, 마르크스를 공부하지 않고 주류경제학만 공부한 사람이 마르크스의 주장을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결국 나 자신의 생각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다양한 관점을 배우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 다른 사람의 주장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더 주의 깊게 살피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예술이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도 재고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문학이 주는 가치는 사회 비판을 대신해주는 데 있을 뿐 아니라 철학적인 성찰에도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성장을 했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문학을 통해 성찰을 하게 된 순간이었어요.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문학이 주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Q. 서어서문학과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업은 무엇이었나요? 

- 이경민 선생님의 중남미 문학사 수업이 제일 좋았던 수업이었어요. 이 수업은 문학을 다루기는 했지만 문학 외적인 것들을 포괄적으로 다루었어요. 사실 대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고등학교 수업의 연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많았어요. 물론 레포트를 쓰는 수업도 있었지만, 무작정 외우기만 하면 되는 수업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수업에서 선생님은 철학적인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주고 학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혹시라도 학생들이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면 조금이라도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을 더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덧붙여 해주셨어요. 저처럼 소극적인 학생들이 많아 토론이 늘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생각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노력하셨어요. 시험 문제 역시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들이어서 주장과 근거를 나름의 논리로 작성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주입식에 익숙해져 있었던 저로서는 수업 초반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너무 좋아서 심지어 필기를 하는 도중에 혼자 웃기도 했어요. 친구가 정말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웃음) 한편으로 이런 방식의 수업을 더 듣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다른 한편으로 이런 수업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인문대이기 때문에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고도 생각하고, 서울대학교이기 때문에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고도 생각해요. 이제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면 이런 기회가 더 없다고 생각하니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Q. 인액터스는 어떤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가요?

- 인액터스는 경영대에 속한 동아리이자 학회예요. 세계적인 단체이기도 해서 우리나라에도 대학별로 있어요. 이 동아리의 기본 가치는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 공헌의 실현’이에요. 그러니까 창업 동아리가 비즈니스에 중점을 두거나 봉사 동아리가 사회 공헌에 중점을 두는 것과는 달리, 인액터스는 기부라든지 시혜적 봉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대상자를 선정해서 그분들에게 이식을 해요. 그래서 그분들은 수동적으로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희가 제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따름으로써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죠. 그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만큼이요. 가령 예전에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곳이 퇴폐업소밖에 없었는데, 이분들을 고용하는 전문 안마시술소 지점을 여러 곳에 만들어 건전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사례도 있고, 영세 빵집이 대형 프렌차이즈 제빵 업체에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 빵집들이 연합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반죽을 같이 생산하고 같은 재료를 공동구매 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제품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키운 사례도 있어요. 현재 서울대학교 인액터스에는 4개의 팀이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활동을 해요. 

 

Q. 신인수 학생이 속한 팀은 어느 팀인가요? 

- 제가 속한 팀은 ‘끌림’이라는 팀이에요. 저희 팀은 리어카로 폐지수거를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2년 정도 지속하고 있어요. 이분들의 한 달 수입은 매일 일 한다는 전제하에 15-20만원에 불과해요. 현재 폐지 값이 1kg당 100원밖에 안 하거든요. 저희 팀의 프로젝트는 ‘이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저희는 관찰을 통해 이분들의 리어카에 광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어르신들이 폐지를 줍기 위해 하루 종일 동네 곳곳을 리어카를 끌고 돌아다니신다는 것에 착안하여 버스나 택시처럼 리어카에 광고를 부착한 거죠. 그런데 저희는 광고만 부착한 것이 아니라 리어카를 아예 새로 제작했어요. 어르신들의 리어카는 대부분 오래 되었고 기술적으로도 무겁고 안전하지 못해요. 그래서 사고도 많이 발생하죠. 저희 팀에 공대 출신 학생들도 많이 있던 터라 전체 무게를 40kg정도 감량하고 후면에 빛을 반사하는 테이프를 부착해, 가볍고 안전한 리어카를 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리어카에 광고를 부착해서 이분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어요. 광고비로는 매달 7만원을 드리고요. 이 금액은 어떻게 보면 무척 적을 수도 있지만, 한 달 평균 수익이 15만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7만원 광고비는 50% 정도의 수익 증대가 되는 셈이죠. 그래서 이분들께서 저희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요. 형편이 무척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이 작은 수익 덕분에 그동안 가지 못했던 병원에도 갈 수 있게 되었다는 말도 들었고요. 제가 본 가장 감동적인 사례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지 못했던 것이 한이었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광고비 덕분에 책을 사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해요.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큰 보람이 느껴져요. 지금은 프로젝트가 커져서 폐지수거인 100명 정도의 리어카에 광고를 부착하기에 이르렀어요. 광고주들도 처음에는 학교 주변의 치과나 식당 등 영세 상인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한국투자증권, bbq, 유한양행 등의 큰 기업들뿐 아니라 서울시도 광고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리어카 40대에 세빛섬을 광고하는 서울시는 제일 큰 광고주이기도 해요.
  
 

Q. 여러 언론 매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다루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 이후에 나타난 변화가 있나요? 

- jtbc 시사 프로그램에서 동행해서 저희 프로젝트를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나오지 않았어요. TV에 나오는 게 너무 싫어서 저는 촬영을 피했고, 대신 팀의 매니저님과 막내가 출연을 했어요. 저희가 법인을 만들기는 했지만 운영 주체가 아직은 학생들이고, 또 동아리 구조이기 때문에 영업을 많이 다닐 수도 없는 형편이라 소극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었어요. 그런데 확실히 언론 보도 이후에 세간에 알려지게 되면서 기업이나 개인이 저희 쪽에 후원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의 모토는 후원을 통한 운영에 있지 않고, 말씀드렸다시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기 때문에 후원에는 크게 의지하지 않아요.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광고주들로부터의 연락이에요. 큰 기업들이나 서울시는 모두 언론 보도를 보고 저희에게 연락을 취해왔어요. 그러다보니 언론 보도의 도움을 크게 받게 된 셈이죠. 그리고 페이스북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도 받고 있어요. 어떤 고등학생은 자신의 동네에 폐지수거하시는 할아버지가 힘들어 보인다고 여기도 와서 사업을 해달라고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저희 팀에서 같이 일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도 하시고,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어떤 분은 저희를 위해 디자인을 해주고 싶다고 제안하셨어요.  

 

Q. 말씀하신 내용을 듣고 보니 인액터스는 비즈니스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봉사 활동을 하는 동아리 같은 느낌도 들어요. 본인들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저희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는 달리 수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에요. 저희가 어떠한 수익을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 교통비나 작업비 모두 저희 개인 돈으로 지출하고 있어요. 물론 장기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수익 창출보다는 상태 유지와 사업 확장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Q. 현재 관악학생생활관 대표조교실에서 근로장학생을 하고 계십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 기숙사에는 동조교와 대표조교가 있는데요. 동조교는 말 그대로 같은 동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일대일로 대면하면서 여러 행정적인 도움을 주는 조교를 말해요. 대표조교는 그런 동조교분들을 관리하는 총책과 같은 역할을 하고요. 이를테면 학생관리라든가 복지관리와 같은 것들을 총괄하는 업무를 하시죠. 저는 이곳에 근무하면서 그분들의 사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요. 대표조교실에서 근무한지도 이제 정확히 1년 정도 됐네요. 대표조교실에서 근무를 하면 거의 모든 기숙사 행사에 스텝으로도 참여해요. 체육대회나 공연 등에서 자주 스텝으로 일해 봐서 그런지 지금은 어떤 행사를 한다고 해도 자신 있어요. 
 
 

Q. 대표조교실에서의 근로장학생 근무는 단과대나 행정실 근무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 이곳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대학원생 조교분들과 일을 하는 거라 행정직원분들과 일할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라요. 아무래도 같은 학생이다보니 조교님들이 저희의 편의를 많이 봐주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행정실에서 근로를 하다가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제가 생각하던 분위기와 너무 달라 놀란 적도 있어요. 상하관계가 아니라 형 같고 누나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일을 너무 많이 시키는 것 같다며 오히려 저보다 더 미안해하실 때가 많아요. 근로장학생 그만두지 말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웃음) 저는 사실 그 반대거든요. 이곳에 더 있고 싶지 다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곳에 있으면서 여러 행사나 사무를 접해볼 수 있다는 것도 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Q. 이제 졸업 앞두고 있는데 졸업 후의 계획이 있나요?

- 저는 공기업에 취업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대기업에 가면 매일 야근하고 주말도 없다고 들었어요. 한마디로 자기 삶이 없는 거죠. 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겨우 결혼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까 회의감이 들었어요. 이런 삶에는 고통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가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건데 돈을 벌기 위해 사는 느낌이랄까? 주객이 전도된 거죠. 그래서 저는 무조건 돈은 많이 못 벌고 사회적 명성은 없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돈을 벌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일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일에서 자기 자아를 찾는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기업에서, 관료제 사회에서, 부품으로서 일을 하는데 어떻게 자기 자아를 찾을 수 있냐는 거죠. 정말 특수한 전문직이라든지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그러기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생각 때문에 일은 일일 뿐이고 퇴근하고 남는 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해 삶의 의미를 찾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돈을 적게 주더라도 최대한 야근 안 하고 근무 환경이 좋을 곳으로 가자고 목표를 세웠죠. 그러다보니 공기업에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 자아실현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거 같아요. 좀 더 생각할 문제이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했고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많이 못 다닌 것 같아요. 거창하진 않더라도 소소하게 살고 싶어요. 삶이 너무 허무하지만은 않게요. 자아실현은 못하더라도 취미라는 것을 한두 개쯤 꾸준히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인액터스 활동> (오른쪽에서 두 번째)


                     <수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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