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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실크로드 프로그램, 새로운 세계로의 창" - 학생 인터뷰(독어독문학과 박현지)

2017-06-12l 조회수 5333



인터뷰 진행: 이정연(협동과정 비교문학 석사 수료), 조혜진(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1. 교환학생을 다녀오셨다면서요? 교환학생을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저는 독문학을 전공하고는 있지만, 딱히 독일어에 대한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가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외국에 나가서 살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독일이라는 나라에 애정도 가지고 있고, 독일어도 저랑 잘 맞는 거 같고요. 운 좋게 장학금도 많이 받게 되었고, 교환학생을 가게 되어서 좋은 경험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언제, 어디로 다녀오셨나요?

- 저는 함부르크로 갔다 왔어요. 독일 북쪽에 있는 주(州)인데요, 하루종일 어두운 날이 많고 비도 많이 오고…. 항구도시여서 아침에 안개도 엄청 끼고요. 해가 떴는데도 점심에 또 비오고. 그런 날이 많았어요. 그래도 마냥 좋았어요(웃음). 2015년 9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다녀왔어요. 그때 거기서 3학년 2학기를 보냈죠. 함부르크대학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 과가 무조건 전공수업을 들어야 학점 인정을 해주는데 그때 저는 독일어로 독문학과 수업을 듣는 건 너무 어려워서 그냥 독일어 어학수업을 네 개 정도 들었어요. B2정도 레벨의 수업을 들었는데 이건 학점으로 인정이 하나도 안 됐어요. 인정을 아예 못 받는 수업들이어서 (학점을 많이 채울 수가 없었으니까) 지금 일 년 정도 학교를 더 다니게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졸업을 빨리 할 생각도 없고, 졸업을 빨리 하는 것보다는 학점을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후회도 없습니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기숙사에 살았던 친구들과도 (지금까지도) 연락을 잘 주고받고 있어요. (독일 생활 이후로) 기숙사 친구가 상해로 교환학생을 왔는데, 그 친구 만나러 상해도 놀러가고 했었어요.
 

3.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 좋았어요. 기숙사는 무조건 1인실이에요. 그런데 한 층에 남녀가 같이 살아서 좀 충격적이기는 했어요. 아무튼 1인실이다 보니까 되게 자유로워서 동거하는 친구들도 많고 그랬는데 그런 것이 저한테는 좀 문화충격이었어요. 교환학생은 인문대 신실크로드 사업으로 장학금을 받아서 가게 됐는데요, 7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아서 부족함 없이 생활하고 왔어요. 학비는 학교에 내고 생활비만 충당했죠. 물가는 다행히도, 레스토랑은 비싼 편인데 생필품과 식료품은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해서 매번 요리를 해먹었어요.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해서 그냥 파스타같이 간단하고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것만 주구장창 해먹었어요. 먹던 것만 먹게 되더라고요(웃음).
유럽이니까 여행도 많이 가면 좋았을 텐데 그때가 딱 유럽에서 테러 많이 터졌던 시기였고 난민 이동도 한창 이슈가 되던 시점이어서 그냥 인근 지역만 돌아다녔어요. 뉘른베르크나 브레멘만 다녀왔어요. 외국은 오스트리아랑 크로아티아만 한 번 다녀왔고요. 파리에서 테러 난 시점이 그때여서요, IS가 성당에다가 테러한다고 협박하고 그래서….
 

4. 독어독문학과 학생으로서 독일을 다녀오셨는데요, 다시 선택한다면 어떤 나라를 가고 싶으세요?

- 저는 또 교환학생을 가게 되더라도 독일을 갈 거예요. 다들 자기가 다녀온 나라에 애착을 가지게 되지 않나요? 제 2의 고향 같이 말이에요(웃음). 제가 갔던 함부르크도 저랑 잘 맞았어요. 베를린도 가봤는데 너무 저랑 안 맞더라고요. 갔을 때 날씨가 안 좋아서 그랬나? 베를린은 사람들이 되게 많이 바빠 보였고, 동네 자체도 너무 도시 느낌이었어요. 공사도 많이 하고 있어서 인상이 안 좋았던 거 같아요. 제가 머무르던 함부르크는 도시 가운데에 커다란 호수가 있어서 그게 정말 예뻐요. 크리스마스 마켓도 너무 좋았고요. 유럽 전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2월 31일에 1월, 새해로 딱 넘어갈 때 사람들이 폭죽놀이를 하는데 그때도 너무 멋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들 겨울 독일 안 좋고 우울하다고 그러잖아요. 우울하기는 해요. 늦잠을 자고 1시쯤에 일어났는데 오후 4시만 되면 해가 지고, 그러면 (하루를 낭비한 것 같아) 한심해지고…. 사람이 비타민D가 없으면 우울해진다 하잖아요. 저랑 같이 갔던 친구도 해를 많이 못 봐서 비타민을 사먹고 그랬어요. 
다시 제가 있던 곳을 얘기하자면, 함부르크는 독일에서도 부자동네로 유명해요. 그리고 호수가 가운데 있어서 분위기가 되게 잔잔하고 서정적이에요. 물론 엄청 발달한 무역도시이긴 한데, 유명한 관광지는 별로 없어도 살기에는 정말 좋은 도시에요. 독일인들이 친절하지는 않아요(웃음). 할머니들도 퉁명스럽고 괴팍한 그런 느낌? 그래도 좋았어요. 저희 기숙사 바로 앞에는 엄청 큰 공원도 있었고, 살기가 되게 좋았어요. 급히 서두르는 사람도 없었고요. 또 좋았던 것은 독일에서는 자동차 경적을 울리면 되게 무례한 거예요. 경적 소리도 전혀 안 들리고, 사람들이 신호도 잘 지켜요. 무조건 사람 먼저인 문화가 좋았어요. 우리나라는 차가 먼저잖아요. 이런 사소한 것을 지키는 것들이 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좋게 한 것 같아요. 문화시민 이미지, 그런 게 좋았어요.
 

5. 가기전에 특별히 염려했던 점이나 기대했던 점?

- 제가 독일어를 대학 와서야 공부하기 시작했거든요. 독일어를 엄청 잘해서 교환학생을 갔던 것도 아니었고, 영어도 마찬가지로, 말하기 수업이 많지도 않고 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 언어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가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독일어도 많이 연습하고, 영어도 많이 연습해서 좋았어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하고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사진 같은 것에 댓글도 달아주고 하면서 안부를 묻고, (친한) 친구는 카톡을 깔아서 같이 카톡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6. 막상 독일에 가셨을 때 어려웠던 점은?

- 저는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지 몰랐는데요, 가고 나니 정말, 정말 외로웠어요. 좋은 친구들도 많았고 한국인 친구들도 많았지만, 정말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남자친구도 거기에 없었으니까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외로움. 나머지는 좋았어요. 독일이라는 나라는 학생들에게 관대해서 한 학기 250유로로 교통비가 면제돼요. 자기 주, 그러니까 저의 경우에는 함부르크에 있는 모든 교통 이용 가능했던 것이지요. 커다란 주로 교환학생을 간 다른 친구들은 여행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함부르크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주여서 그 친구들만큼 여행을 하지는 못했어요.
 

7.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요? 

- 드라마를 봤어요. 친구들도 만났고요. 연습실 가서 피아노도 치고 했어요. 제가 갔던 학교에는 한국인이 많지 않았어요. 함부르크대에도 한국인이 20명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래도 저희학교에서 온 사람들랑 경북대에서 온 사람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같이 잘 놀러 다녔어요. 홈파티도 많이 해서 같이 요리해서 와인이랑 먹고 마시고 그랬죠.
 

8. 6개월 동안 교환학생을 다녀오신 건데요, 짧아서 아쉽진 않으셨나요?

- 아쉽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외로워서 빨리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1월 마지막 날이 지나고 2월에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좋은 기억만 남아있지만, (그때는 너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이제는 취업 걱정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요. 제가 음대 수업을 듣느라고 전공도 많이 못 들었고 심화전공으로 60학점을 채워야 하는데 아직도 독문학과 전공 수업으로만 18학점을 더 들어야 해요. 교양은 다 채웠어요. 다음 학기에 18학점을 다 듣지는 않을 거고 3개(9학점), 그리고 그 다음 학기에 나머지 3개를 나눠서 들을 것 같아요.
 

9. 신실크로드 장학금은 어떻게 알고 신청을 하셨나요? 프로그램 선발 과정이 치열하고 까다롭지는 않았는지?

- 장학금에 대해서는 학과에서 조교님들이 잘 챙겨주셔요. 많이 추천도 해 주시고 모집 기간에 홍보도 해주시고 그래요. 교환학생 가는 친구들에게도 개인적으로 알려 주시는데요, 저희 학과 페이스북 커뮤니티가 관리가 잘 되는 편인데 거기에도 관련 정보들을 업데이트 해주시고는 해요. 저희 과는 그런 정보망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아요.
독문과는 딱 독일어권으로 교환학생을 가다 보니 선발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영어권을 지원하는 애들은 학점도 높아야 하고 경쟁률도 높아서 엄청 치열한데, 독일어권은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아요. 물론 베를린 자유대나 훔볼트는 커트라인이 높기는 해요. 이 학교들은 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명문대라서 그렇고요. C1정도 수준의 어학 자격증이 있어야 갈 수 있어요. 저는 자격증도 없었고요, 사실 교수님 추천으로 다녀와서 어렵게 선발되었다거나 힘들게 다녀오진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정말, 꼭 추천해 주고 싶어요. 물론 요즘 친구들이 학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1학년 때부터 로스쿨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그러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생각도 많이 트이고 사람 소중한 것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잘해주기도 했고, 지금도 계속 연락이 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사실 사는 게 별 게 없잖아요, 사람이 소중한 것을 많이 알게 됐어요.
 

10. 지원하는 친구들에게 팁을 준다면 어떤 것일까요?

- 저희 과도 그렇고, 언어 전공 학과들이 다 탠덤을 연결시켜 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탠덤을 꼭 하고 갔으면 좋겠어요. 독일어를 아무리 많이 해도 막상 가면 말이 잘 안 나와요. 그래서 가기 전에 많이 연습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아무리 많이 알아서 간다 하더라도 처음 가면 다 버벅거리고 새롭고 하니까 그것에만 너무 신경 쓰면서 걱정하면서 가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닥치면 다 어떻게는 하게 돼요.
저는 운이 좋았던 게 먼저 가 있던 우리학교 학생이 국제화협력본부와 연락을 해서 다음에 교환학생을 올 사람을 만나서 생활 정보도 주고 하겠다고 자원했어요. 저만 해도 은행 관련된 업무, 기숙사 업무도 다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심지어는 그분께서 공항에 마중까지 나와 주셨어요. 아예 모든 업무를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안되겠지만 미리 가신 분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으니까 초반에 많이 도움 받으면 좋을 거예요. 저도 그 분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거기는 스누버디 같은 프로그램도 없거든요. 
학업에 도움이 된 점은 역시 어학과 관련된 부분이에요. 회화가 엄청, 획기적으로 늘어서 오지는 않았지만 어순이 복잡한 독일어를 말할 때 그런 문법적인 요소나 어순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됐어요. 교환학생을 갔다 오자마자 독일어로 하는 수업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토론 수업도 들을 수 있었어요. 말할 때 두려움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렇지만 어휘가 엄청 늘어서 오진 않았어요. 그냥 일상용어만 조금 익혔죠.
 

11. 아까 전공을 살릴 생각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특별히 담아둔 진로가 있는 상태이신가요? 또 음악대학 수업도 들으셨다고….

- 저는 문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독일어와 관련해서 전공을 살리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지금 저는 방송국 피디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피디 준비에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튼 이제서야 준비를 시작한 상태인데, KBS에서 운영하는 방송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어요. 스터디도 앞으로 찾아서 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요. 방송아카데미는 일종의 학원인데, 이 학원을 수료하고 나면 취업에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KBS에서 운영하다 보니) KBS방송국 피디 실기시험이 있어서 그 실기시험 준비를 위해 다니고 있어요. 피디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요, 저는 드라마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드라마 피디가 하고 싶어요.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연애의 발견’과 ‘비밀’이에요. 
독문학과 진학과 음대 수업에 관련해서는요. 원래 저는 맨 처음에는 작곡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1학년 때 작곡 공부를 시도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작곡과 복수전공은 작곡 실기를 보는 거랑 똑같이 시험을 봐서 들어가야 하는데,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 ‘당했어요’(웃음). 대신에 청강은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역시 복수전공 자체가 어렵다 보니까 결국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됐어요. 조금 아쉽죠. 함부르크 갔을 때도 제가 살던 기숙사가 운 좋게도 뮤지션들만 사는 기숙사여서요, 건물 안에 연습실도 있고 그랬거든요. 연습실에 가서 피아노도 연습하고 그랬어요.
 

12. 학교 안에서는 음악과 관련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 ‘자이브’라는 재즈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리얼북에 있는 스탠다드 재즈 곡들로 같이 공연도 하고 즉흥연주도 해요. 벌써 네 번 정도 공연을 했어요. 다들 재즈 오타쿠들이어서 모여서 재즈와 관련된 재미있는 영화도 찾아보고, 라이브 재즈클럽도 같이 가고 해요. 다들 정말로 재즈를 너무 사랑하는 친구들이어서 서로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대학원생도 많은 편이에요. 대학원생 반 학부생 반인 것 같아요. 재즈 좋아하시면 언제든 환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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