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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문 기고문] 김·장 이정우 변호사

2021-04-16l 조회수 1817

김·장 이정우 변호사


Q. 선배님과 현재 직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해당 직업을 선택하게 되신 계기 혹은 이유, 지금의 자리에 계시기까지 거치신 과정에서의 일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5년차 변호사인 이정우라고 합니다. 주로 국제중재와 공정거래 분야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관심 있는 경제제재나 컴플라이언스 같은 다양한 분야의 법률 자문 업무를 하고 있어요.

저는 2007년 인문계열로 입학했는데, 아직 과가 없는 상태에서 불문이반에 배정됐어요. 그 때 마침 과 내에서 선배들이 새로운 연극 동아리를 창단하고 동아리원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저는 '대학에 왔으니 공부 말고 재밌는 일을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별 고민 없이 지원했죠. 특별히 연기나 비주얼(?)에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배우나 극단을 진로로 희망한 것도 전혀 아니었는데 그냥 막연히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해 5월 프랑스 고전주의 극작가 몰리에르가 지은 상상병 환자를 무대에 올렸는데, 저는 딱 두 번 등장하는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제 인생에 있어 중요한 대발견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무대 체질이라는 것이었죠. 비록 정해진 대사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 내 이야기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웃고 떠드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그 후로도 세 번 더 무대에 올랐고, 원 없이 연극을 즐기고 난 후 군 입대를 하게 되었어요. 입대 전까지는 미래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놀고 먹고 마시면서 살았는데, 전역하고 나면 벌써 4학년이구나, 이제 나도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해야겠구나 라는 현실을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변호사였어요. 저는 특히 영어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로펌에서 국제적인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아이디어 정도를 가지고 리트 원서를 접수했던 같아요.

그렇게 로스쿨에 입학하고, 그 곳에서 만난 친구의 권유로 국제중재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원래는 로펌에 입사해 기업법무를 할 생각이었는데, 동아리를 하면서 국제중재라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국제중재는 법원 재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는 분야인데, 특히 법원 재판에 비해 구두 변론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해요. 대학 때 연극을 시작했을 때처럼 또 별 생각 없이 2015년에 홍콩에서 개최된 Vis Moot라는 모의국제중재대회에 참가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에게는 중재인 앞에서 구두 변론하는 것이 마치 연극 무대에 올라 인물을 연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 해 여름에 다시 또 다른 중재대회인 모의국제투자중재대회(FDI Moot)에 참가했고, 그리고 그 때 대회에서 중재인으로 만난 시니어 변호사님들과의 인연으로 한 대형로펌의 국제중재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도 그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Q. 인문학을 전공하셨던 것이 현재 직업에 주었던 긍정적 영향

저는 불어불문학과로 전공 진입하고 3학년 때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군 전역 후 경제학부로 전과해서 감히 스스로 인문학 전공자라고 부르지는 못할 것 같아요. 진짜 인문학을 전공하는 분들에 대한 실례인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인문대에서 보냈던 3년의 시간이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정말 큰 힘이 될 때가 많아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했던 것은 폭넓고 다양한 글쓰기 경험이었어요.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건의 이메일을 쓰고, 1주일에 못해도 두 세 번은 긴 글을 써야 하는데, 그때마다 인문대 시절 책과 논문들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후 마감일에 맞추어 꾸역꾸역 레포트, 발제문, 페이퍼, 소논문을 써서 냈던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는 하면서 배우는(learning by doing) 영역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봤어도 자기 생각을 실제로 써 보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거든요. 물론, 지금도 선배 변호사님들에게 자주 혼나가면서 제가 쓴 초안이 빨간색으로 첨삭 당하는 것을 보며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인문대 시절 읽었던 수많은 텍스트와 제가 스스로 쓴 글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Q.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첫째,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 재미는 본인만이 아는 것이고 또 직접 해보기 전에는 본인도 모를 수 있어요. 저도 무대에 올라보기 전에는 연극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인생에서 주어진 가장 큰 자유시간인 대학생 시기에 많은 경험을 쌓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둘째, 좋은 인연을 많이 찾으시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인연을 잘 이어나가도록 노력하세요. 가족은 물론이고 애인, 친구, 선배, 후배, 선생님 등등 살아가면서 만나 온 수많은 사람들이 제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 같아요.

셋째,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하세요.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다른 게 아닌 체력인 것 같아요. 놀려고 해도 대학생 때만큼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놀 수가 없어요. ㅠㅠ


* 제52호 인문대 소식지 '동문 기고문'에 게재될 글을 위와 같이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