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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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종(동양사학과) 교수 인터뷰
  • Writer오준혁
  • Date2018-10-11 17:55:19
  • Pageview133

 

Q1. 학자로서 연구 업적을 통해 주목받을 때와 교육자로서 그 성취를 인정받을 때의 감흥이 사뭇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교육상을 받으신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이 상을 받은 다른 분 가운데 같은 심정이신 분도 있겠지만, 약간은 의외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교육이나 강의 방면에서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역량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서 솔직히 저한테까지 이 상이 돌아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저도 부임한 후 교육이나 강의, 학생의 지도에 나름 최선을 다해온 것은 아닙니다만, 아마 20년 동안 교육 활동에 수고를 해온 것을 그나마 평가해주신 게 아닌가, 그래서 장려하는 의미에서 상을 주신 게 아닌가하고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여하튼 제게는 의외의 커다란 영광입니다.      

 

Q2. 선생님께서 역사, 특히 중국근대사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제가 학부나 대학원에 다닐 무렵에는 대학이든 일반 사회이든 현대중국의 위상, 또는 굴곡에 찬 근대의 혁명과 전쟁의 역사 때문에 중국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더구나 한국의 중국근현대사 연구에 확실한 기초를 놓으셨던 최고의 스승 민두기 선생님의 강의와 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근대사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고민해볼 필요가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대학원에서도 수많은 선배, 동료연구자가 있었으니, 이 시대를 공부하기에는 아주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특히 중국근대사(19세기- 20세기 초)는 관련 자료나 연구도 아주 많은 데다가,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시기라서 양쪽 모두에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뛰어드는 연구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정말 매력적인 학문의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Q3. 선생님께서는 올 초에 《1880년대 조선·청 공동감계와 국경회담의 연구》라는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어떤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지,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중국근대사를 전공하는 제가 조선과 청의 국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벌써 10여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우연히 이 분야에 관한 중국 쪽의 자료를 번역하는 프로젝트에 가담한 적이 있는데, 기왕의 연구나 자료 이용에 너무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연구자도 거의 없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었고, 거기에 자극을 받아 이 분야의 자료와 연구를 정리해보고자 하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특히 근대중국의 관련 자료, 즉 역사 당안을 제대로 읽어내고 거기에서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역사 서술의 근거나 단초를 찾아내려면 중국 자료를 읽는 훈련이 필요한 분야였기 때문입니다. 박사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청대·근대의 역사 당안을 읽는 데 어느 정도 눈이 뜨였기 때문에 중국사 연구자이지만 동시에 근대 한국의 역사 이해에 얼마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라고 해서 지난 십여년 동안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는 2014년에 《1880년대 조선·청 국경회담 관련자료 선역》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정확한 기초적 역사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두 모은 다음 우리말로 번역하여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따라서 이 분야 관련 자료의 결정판이라고 자부하였지만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고, 아주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라서 아무도 이 자료를 읽고 거기에 담긴 내용을 정리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읽기 쉽게 제시하려는 의도에서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일반 독자들도 읽기 쉬운 형식으로 쓰고자 하였으나, 수많은 관련 사료를 직접 인용하여 서술 분량을 줄이고자 하였더니, 아쉽게도 결코 읽기 쉽지 않은 내용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이나 결론은 사실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고, 내셔널리즘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는 한국의 연구자나 독자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이 점은 중국 측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일단 근대국가의 영토 문제, 더구나 중국과의 분쟁이 있었던 문제이기도 한만큼, 중국사 연구자라서 주로 중국의 입장을 더 반영하여 쓴 것이 아니냐는 불필요한 의심을 자초하기도 하겠지만, 연구의 목표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의 확인 위에서 우리의 논리와 입장을 정리하고 제시하여 상대방에게 합리적인 해석과 해결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진정한 ‘국익’에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오해와 편견, 영토에 대한 낭만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이 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도리어 자료의 오독에 기초한 잘못된 논리, 객관성이 배제된 비합리적인 결론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것이 도리어 훨씬 더 부작용을 낳고, 원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염려도 그것을 뒷받침합니다. 더 이상의 소개는 천기누설의 위험성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이쯤에서 마감하고자 합니다.

 

Q4. 사제지간으로 보자면 선생님이시지만, 학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배이기도 하십니다. 선배 학자로서 후배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인문학이나 역사학은 오늘날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환경에 처하여 있고, 이것이 나아질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역사학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이나 근심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 옛날의 학자나 문인들의 입에서도 비슷한 투정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이나 역사학이란 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사회의 냉대를 받아왔던 것이라 생각하면, 혹시 위안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힘들고 외롭지만, 동시에 보람을 스스로 찾아내고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자기만족과 자부심에 기초하여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제 갈 길을 찾아 자신의 역량을 계발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인문학도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생계를 위해 선택한 직업이 아니라 자기실현의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길이자 학문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대학에 들어왔을 때에는 역사 연구자, 중국사 연구자가 되리라고는 예상해보지 못하였고, 또 자신에게 그만한 자질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지금도 여전히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 길이 내가 갈 길이라는 믿음을 다지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후배나 학생 누구에게도 그 가능성은 크게 열려 있다고 봅니다. 같은 나이 시절의 나보다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후배나 학생들도 아주 많아서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주 낙관적입니다.

 

Q5. 앞으로의 연구나 저술 계획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만약 가지고 계시다면 혹시 간략하게라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조선과 청의 국경 문제에 관련된 자료나 연구를 지난 십여년 동안 주로 접하다보니 근대 조선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쏟게 되었습니다. 공동연구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연구성과를 쌓기도 한만큼 그것을 기초로 19세기(근대) 한중관계사의 통론/통사를 써보고자 합니다. 관련 논문과 원고를 쓰다 보니 어느 정도 분량이 쌓였고, 그러다보니 조금 욕심이 생겨 이것을 모두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야 하겠다는 계획이 생긴 것입니다. 내년 중반까지 원고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지금도 이 주제의 원고를 작성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조선-청 국경 문제뿐만 아니라 십여 년 전 비슷한 무렵에 번역을 시작한 18세기 중국의 목민서 《복혜전서》(황육홍 저)의 출판도 준비 중입니다. 원래 대학원생들과의 세미나 주제로 시작하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전체의 번역본을 내게 되었는데, 원고가 200자 원고지 1만 2천장에 이를 정도로 워낙 분량이 방대하여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지 3년이 되었습니다만, 아직 교정 중에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하여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으면 하는 것이 지금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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