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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와 함께한 두 학기" -학생 인터뷰(미학과 16학번 윤희정)

2017-02-06l 조회수 5638


 
인터뷰 : 이정연(인문대학 소식지 학생기자,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


2017년 1월 17일, 인문대 소식지 학생기자들이 학생생활문화원을 방문하여 학생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미학과 16학번 윤희정씨는 미학과의 영화학회 '장치'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3때 영화에 관심이 많이 가지게 되어 영화쪽을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고2때는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요. 인문학도 하고 싶고 제 관심사도 충족시키는 게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학과에서 모든 내용을 다루기에 미학과에 지원을 하였고 현재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미학과 하면 진중권씨 이야기기를 많이 하는데요, 미학과 내부에서는 그다지 많이 회자되지는 않아요. 교수님 중에 방시혁씨와 동기인 분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 정도만 조금….
 
 
- 그동안 들었던 수업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업은요?

수업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요, 미학과 전공 두 개와 교양 하나를 들었는데, 전공 수업을 통해 전공이 저 자신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미술과 관련된 교양 강의를 통해서는 미술론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어요. 또 2학기부터는 영화학회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영화 공부도 재밌더라고요. 공부를 하다 보니 학부 수준에서는 끝내고 싶지 않아서 더 공부를 하고 싶은데, 미술과 영화 중에서 어떤 쪽으로 할지 고민이예요. 또 미학과 강의 말고도 서양철학의 이해라는 수업이 특히 좋았는데요, 기말과제가 자신의 삶을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는데 이 과제를 하면서 스스로의 삶과 사고를 정리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철학 자체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분과이기 때문에, 과제도 틀에 박힌 교훈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을 생각하게끔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자발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 철학적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과제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선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쓰는 것이었는데 수업 시간에 다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활용해서 삶을 이해하는 과제였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부분적으로는 수용하고 부분적으로는 비판하면서 내용을 전개하면 되는 것이었어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처럼 그렇게 고리타분한 할아버지들은 아니고 ‘이 사람들도 인류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사상을 주장했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까마득한 옛날 사람들의 생각이라지만 저만 해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성적으로 스스로의 삶이 정리되어서 좋았고요. 저번 학기까지는 대학에 들어와서 삶이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었어요. 새내기 환영회를 비롯한 여러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에 휩쓸려갔는데 2학기에 이 철학 수업을 들으면서 대학에서의 삶을 정리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 영화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주세요.

미학과에서 사적 모임같이 만든 동아리였는데 지난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문대에 학회 등록을 마쳤어요. 원래 학회를 만든 선배들이 다 졸업했기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모집 방향을 바꾸게 됐는데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신입 회원을 모집 중인데, 전공이 다른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어요. 저는 학교에 들어온 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1학기에는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아 2학기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이 학회를 하면서 영화 취향도 많이 바뀌고, 세미나를 통해서도 말하는 것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원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계속 토론을 하다 보니 자신의 의사를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학회다 보니 말할 거리가 많은 영화-주로 예술영화-를 보게 되었던 것도 저에게는 새로웠던 것 같아요. 내러티브가 자세하게 설명되고 그게 중심이 되는 영화보다는 실험적이고 좀 색다른 영화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되었거든요. 이제는 그런 영화에 더 관심이 가요.
  

- 영화 동아리에서 봤던 영화나 감독 중에 주목할 만한 작품이나 감독이 있나?

개인적으로 트뤼포보다는 고다르가 좋았지만, 그렇다고 고다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에요. 그냥 ‘누벨바그 감독으로서 좋은 시도를 했구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사라 폴리라는 감독이 제일 좋아요.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우리도 사랑일까>가 제일 재밌었고요.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테마를 현실적으로, 그러나 아름다운 영상미에 담아서 보여준 작품인데요, 이게 아름다운 건지 아름답지 않은 건지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라 생각했어요. 영화는 사람을 헷갈리게 해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불안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이 좋았달까. ‘사랑은 영원한 거야!’라고 묘사되더라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알잖아요. 이런 식으로 스크린과 현실 속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가 아닌 것 같아요. 참, 지난 번에는 박찬욱의 ‘스토커’를 봤는데 잔인하고 변태스러운 장면이 우화나 동화처럼 상징적으로 묘사가 되어서 좋았어요. 이게 신화적인 상징도 잘 담아냈고 아름다운 미쟝센을 사용하여 표현해서 즐겁게 보았어요.
영화 학회는 매주 월요일마다 세미나를 하고 방학 때는 한국감독 특집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학기에는 영화사를 다루면서 초기 영화부터 누벨바그, 초기 리얼리즘 순으로 커리큘럼을 따라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각 시기별로 대표 감독을 정하고 그 감독의 작품을 하나씩 보면서 발제를 하였고요. 현재 인원수는 신입 포함해서 스무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데요, 인원수가 많으면 서로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인원수를 제한하려는 것 같아요.

 
- 영화학회는 인문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점?

사모임에서 출발을 한 것이다 보니 너무 공식화시키면 친목이라는 큰 장점이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이 되기도 해요. 지금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변화가 많은 상태이고, 그 점에 대해서는 딱히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내리기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만약 공식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커리큘럼을 제작할 수 있는 지원비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활동지원금이나 장소제공 같은 지원도 물론 도움이 될 것이고요. 회원들끼리 영화관을 같이 갈 때도 지원금을 받아서 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영화 제작에도 관심이 있으신지?

저도 영화 제작에 관심을 좀 가져보긴 했었는데 영화 학회를 하다 보니 이제는 영화를 만드는 것과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비평을 하는 것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영화 제작 동아리를 활동하다 온 사람들도 몇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우리 동아리는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보다는 왜 이렇게 만들었을지에 관련된, 비평에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 앞으로의 진로?

앞으로도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대학원을 가고 싶은데, 사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가질 수 있지만 대학원에 막상 가게 된다면 내 스스로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해요. 그것을 책임지면서 공부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죠. 공부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니까요. 학년이 올라가면 코어프로그램에 지원해볼 생각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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