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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에 대한 인상은…" - Benjamin Bourlange 교수 인터뷰

2017-11-03l 조회수 4480

인터뷰 진행 : 지광해(불어불문학과 석사 수료)

 

 

1. 어떤 이유로 한국에 오기로 결정을 하게 되셨나요?

- 저는 일본에서 2년, 중국에서 1년을 살았었어요. 아시아 지역을 조금 알고 있었고, 당시에 서울에 3일을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서울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서울에서 프랑스어 교수를 찾고 있는 것을 보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명한 대학에, 마음에 드는 도시까지…, 아시아에서의 경험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당시 서울에 와서는 궁전이나, 박물관 같은 관광지를 방문했었어요. 굳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일본과의 인접성 때문이기도 했고 한국이 흥미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한국의 20세기 초반 역사는 일제강점기나 한국 전쟁(6.25)으로 인해 매우 비극적이었죠. 말하자면, 다시 태어나야만 했던 국가였던 셈인데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는 역동성과 기운이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요.
 
 

2. 어떤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가르치는 일’이 흥미로운가요?

- 저는 한국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여기 학생들은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아요. 물론 유명한 대학이기 때문에, 내 생각에도 엄청난 선별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하기는 해요. (아무튼) 저는 정말로 학생들의 결과물과 학생들과의 소통에 만족하고 있어요. 이것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사실 교수자 입장에서 대답할 줄 알고 여러 문서들을 논리적으로 연계할 줄 아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니까요. 일본에서는 대학이 아닌 프랑스 문화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었어요. 중국에서는 베이징 공대와 미국에서는 일리노이대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고요.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미국에서도 역시 일하는 것은 즐거웠으나, 학생들이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일리노이대 학사 1학년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외국어를 하나씩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그저 하나를 고른 것이 프랑스어인 경우였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제가) 동기부여를 시켜주어야 했어요. 그런 점에서 한국 학생들의 자산은 이러한 동기부여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경험은 조금 특이한 것이었어요. 컴퓨터 공학 학부에 있었기 때문에 문학 텍스트를 가지고 수업을 하지는 않았는데, 여기서의 수업은 소통에 필요한 외국어 수업이었고 프랑스 대학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수준의 과제를 하고는 했어요.
 
 

3. 교수 방식이나 학생과 관련해서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차이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당연히 각 학생의 특성을 고려해야하지만, 일반적으로 중국 학생들은 꽤 자발적인 편이에요. 이들은 별 다른 문제가 없으며, 일부 소극적인 학생이 있지만, 대체로 쉽게 반응을 보이는 편이죠. 이를테면 수업이 마음에 들면 ‘그렇다’고 말하고, 수업이 흥미가 없는 경우에도 그렇다(흥미가 없다)고 말해요. 이들은 꽤 솔직한 편이에요.
일본 학생의 경우에는, 프랑스 문화원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었는데 직장인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었어요. 그러니 이와는 좀 달랐다. 어느 정도의 소극적 자세가 있었으며,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요. 흥미로웠던 점은 일반적으로 수업 주제가 맘에 들거나 혹은 학생들이 머뭇거릴 때, 이들이 어떤 일련의 소리를 낸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것에 전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랐고)…. 일종의 일본어 의성어인데 이는 놀람이나 머뭇거림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요. 또 수업 활동을 시작할 때 ‘yas’ 라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한국에서는 이런 것을 본 적은 없어요. 한국 학생들은 상당히 조용한 것 같아요. 물론 이는 내 경험일 따름이죠.
중국에서는 초반에 적응 기간이 있었는데, 중국 학생들이 외국 교수들과 만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상태였던 것 같아요. 해당 학과에는 외국 교수가 거의 없었는데, 2명의 프랑스어 교수와 몇 명의 영어 담당 교수까지 총 12-13명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 2주간은 일종의 걱정 같은 것이 있었고, 프랑스어 학습 규율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길을 잃은 감도 있었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중국 학생들은 수업에서 자유로운 태도를 보여주었어요.
 
 

4. 한국 학생들과의 소통은 어떤가요?

- 별 다른 문제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 수업의 경우 큰 걱정거리는 없어요. 초급자를 위한 수업에서만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경우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프랑스어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말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지요. 한국에서의 수업 첫 날, 상당히 긴장을 했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에요. 실수를 할까 겁이 좀 났어요(웃음). 하지만 학생들은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내가 이제 막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ip_image003.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60pixel, 세로 720pixel 한국 학생들이 수업 전이나 수업 후에 질문하는 습관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미국에서는 수업 중 질문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어요. 물론 이는 학생 개개인의 성격에 달린 것이기는 하지요. 소극적인 학생의 경우 수업 끝까지 남았다가 추가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가 특히 많은 것 같고요. 한 번은 수업 종료 5분 전에 학생들에게 “질문 있나요? 다시 설명해줄까요?”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괜찮다고 답했어요.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 한 여학생이 와서 질문을 던졌어요.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 앞에서 질문을 하기 싫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국가의 학생들과의 차이점으로 학생간의 경쟁(심)이 느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어요. 직접적으로 보인다거나 치열한 경쟁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그러한 경쟁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중국에서는 이런 경쟁이 전혀 없었고,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중국 학생들은 대학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따라서 그런 경쟁(심)이 덜 느껴졌었죠. 경쟁(심)의 예시로, 한 번은 한 학생이 찾아와 ‘상대 평가’인지 ‘절대 평가’인지를 물었던 적이 있어요. 나는 이런 채점 방식에도 익숙하지 않았어요. 미국에 있을 당시에는 같은 알파벳 체제였고, 내가 원하면 모두에게 A를 줄 수도 있었어요.
 

5. 한국과 프랑스에서의 ‘대학생’의 의미는? 전공 선택의 추세라던가 직업과의 연관성은?

-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은 한국의 학교생활에 대해 아주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 대학생은 더 많은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출석도 부르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아예 강의에 나오지 않기도 해요. 프랑스에서는 인문학보다는 경영대나, 그랑제꼴, 공대 등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요. 프랑스에서도 전공을 선택하지 못해 망설이는 일이 종종 벌어지지요. 해당 학문이 마음에 들고 시험에 합격하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동기를 잃게 되고, 시험에도 탈락하면서 이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게 돼요. 게다가 프랑스에서는 자기 전공과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가 일치해야 하고, 이는 결국 직업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를테면 역사 전공은 역사가, 역사 선생(교수) 정도가 있겠군요. 프랑스는 아직 (직업에 상응하는) 학위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여요.
 
 

6. 인문학 전공을 통해 어떤 직업적인 전망이 열릴 수 있을까요?

- (예를 들어) 한 (인문학) 전공을 선택하고 자기 전공을 다른 전공으로 보완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를테면 문학을 전공하고 저널리즘 스쿨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네요. 아니면 지리 전공 후 지도 제작 교육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러니까, 인문학 전공에 더불어서 더욱 ‘직업과 연계된’ 다른 전공 혹은 교육을 이수하여 보완함으로써 직업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인문학 그 자체는 상당히 ‘일반적인 성질’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전문화된 무언가를 통해 보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이처럼 인문학 학위만을 가지고는, 이를테면 지리학 학위만을 가지고는 언론인을 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프랑스에서는 특히 학위, 학위의 명칭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이거든요. 마찬가지로, 명성이 높은 학교와 그러지 않은 학교의 차이도 있을 것이지만. 그랑제꼴을 나오면, 취업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해야하나요.
 
 

7.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간단히 알려주세요.

- 저번 학기는 모든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한 학기였어요. 수업에 있어서는 지난 학기보다 더 많은 경험이 생겼으니 더욱 알맞은 수업을 구성하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여행이나 관광을 계속하고 싶어요. 아직 제주도에 가보지 못했는데, 봄에 가볼 생각이고요. 속초에 있는 설악산국립공원에도 가보고 싶네요. 가서 산행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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