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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너스 프로그램 수기 - 영어영문학과 조하연

2021-11-02l 조회수 95


연구제목 : 바틀비 앞에서 : 호모 사케르로서의 『필경사 바틀비』 (Before Bartleby: Bartleby the Scrivener as  Homo Sacer)



영어영문학과 조하연

아너스 프로그램 공지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삶과 인문학’ 조교를 맡고 있었고 공지는 신입생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공지를 보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이제야 알게 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에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서서 결국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졸업을 앞둔 2021년 봄, 학부생으로서 마지막 학기를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생각하다가 인문대학 아너스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긴장되는 마음이 컸지만 솔직한 태도로 지원한 끝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논문 작성이 아닌 다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보통 종강하고 나면 다시 돌아보기 힘들었던 수업의 결과물과 끝까지 씨름해보고자 한 것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과제로 영어영문학과에서 가장 어려운 수업 중 하나인 ‘비평이론’ 수업의 과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학년 때 처음 접하고 매우 난해해서 놀랐던, 영문학계 비평에서 ‘산업’이라 일컬어질 만큼 비평 대량 생산의 주역인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라는 작품을 읽었습니다. 또한 작품을 이해할 비평으로 조르지오 아감벤의 저서 『호모 사케르』를 공부했습니다. 아감벤은 ‘법’이라는 틀을 이용해 이를 벗어난 자에게 시스템을 파괴할 힘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법을 벗어난 존재들이란, 권력을 가진 주권자와 모든 법에서 소외된, 이를테면 난민과도 같은 ‘호모 사케르’들이라고 합니다. 아감벤은 바틀비라는 인물 역시 이런 특성으로 고용주에게 노동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일자리를 잃지 않는, 시스템에 반하는 위치를 점했다고 평가합니다. ‘비평이론’ 수업에서는 바틀비가 서술자의 텍스트에 갇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저는 결국 바틀비가 서술자의 사무실에서 쫓겨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 주목해 바틀비가 시스템 외부에 존재했더라도 그것은 고용주의 틀일 뿐, 사회 전체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아감벤의 논의에 반박하는 내용의 과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과 성적에서 벗어난 끈기를 시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비슷한 관심사와 인문학적 고민을 가진 동료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제가 답하고자 했던 질문, 제 과제의 목적, 논리의 흐름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우들과 논평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러한 사고방식을 제 글에도 적용하여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들의 사려 깊은 평가와 조언은 제가 글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완성도 있는 논문을 작성하는 법, 또 인문학자로서 학문에 기여하기 위해 비판을 넘어선 해결 방식과 대안을 모색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저에게 인문대 아너스 프로그램은 더욱 심도 있게 학문을 공부하기 위한 자세와 관점을 갖출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또한 저의 생각과 글에 대한 애정과 끈기를 연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교육지원센터, 아낌없는 조언을 나눠주신 모든 교수님들, 그리고 학우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제53호 인문대 소식지 '교수논단'에 게재될 글을 위와 같이 싣습니다.